1.
항상 그렇듯 인터넷엔 온갖 호들갑과 아는 척과 헛소리들이 난무한다.
2.
이게 원투데이도 아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하도 난리라 살짝 들여다보니 진짜 난리다.
3.
나도 길지 않은 지식이라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일인지는 설명할 수 있다.
4.
사실 기존의 ChatGPT나 딥시크나 일반적으로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놈이 그놈이다.
근데 이게 웹에 접속하거나 API 통해서 쓰는 사람에게 그렇다는 소리고 집 컴퓨터에 설치해서 쓰겠다 하는 사람에겐 완전 다른 얘기다.
그리고 이 부분이 엄청나게 큰 이슈가 될만한 꺼리다.
5.
집 컴퓨터에 설치해서 쓴다 -> 이게 사실 각종 연구소에서 하는 짓이다.
매우 비싸고 좋고 안정적이고 높은 사양의 컴퓨터에 인공지능 프로그램(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을 설치해서 각종 데이터들을 학습시켜서 좀 더 좋은 성능이 나오도록 열심히 컴퓨터 갈구는 짓들을 해서 나온 결과물이 ChatGPT나 기타등등 이였다.
이게 대략적으로 비싸고 좋다 이렇게 말했는데 사실상 이 부분의 핵심이 GPU성능이었고 그 중에 Nvidia에서 만들고 지원하는 CUDA코어의 파워가 거의 핵심이었다.
6.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쏠리면서 수많은 연구소, 회사, 대학 등등에서 성능 좋은 GPU를 구하려고 다들 난리가 났었기에 엔비디아의 매출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면 공장 팍팍 돌려야 될거 같은데 어째 물량 조절해가면서 무슨 명품부심 부리듯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풍기며 배짱장사를 해왔어도 대안이 없기에 줄을 서서 사오던게 현실이었는데 갑자기 빵 하고 딥시크가 나온거다.
7.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기존의 AI 학습의 경우, 성능을 올린다 = 학습량을 늘린다의 개념으로만 접근했었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때려 넣으면 성능이 올라간다는 건 맞는 말이긴 하다.
이 데이터가 뭘 뜻하냐하면 이미 학습을 해서 나온 결과 데이터가 아닌 그냥 말 그대로 학습을 시키기 위한 원시 데이터였다.
근데 딥시크는 그렇게 그냥 원시 데이터를 그냥 때려 박은게 아니라 적당히 잘라서 넣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는 숫자인데, 간단히 1억 자릿수의 데이터가 있으면 이걸 뒷자리를 떼어내고 9자리가 아닌 5~6자리수 정도로 바꿔서 데이터를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시 : 123456789 -> 123456)
이렇게 되면 단순히 데이터의 크기만 작아지는게 아니라 학습에 필요한 연산 횟수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얘들도 이게 될지 안될지 모르고 그냥 '일단 돌려보자' 수준으로 했는데 결과가 대박이 터진것이다.
8.
그러면 이게 왜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하고 각종 인공지능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만한 일인가?
위에도 언급했듯 개발 경쟁이 가열된 상황에 떼돈을 만지고 있었던 건 사실상 엔비디아 뿐이었다.
거의 모든 인공지능 개발업체들은 지금 자금을 쏟아부어서 개발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단계이지 완성된 기술로 이윤을 내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절대적 1위가 없는 상황에 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커져만 갔기에 1위에 올라서려면 압도적 GPU 물량으로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때려 넣어서 학습을 시키는 것만이 유일하다는 생각이 엔비디아의 장미빛 탄탄대로를 현실로 보이게 했었는데 이제 물리적으로 GPU양을 늘리는 짓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것 같은 새로운 방식을 발견한 것이다.
9.
엔비디아 입장에선 위에 잠깐 언급한 배짱 장사를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한 장이라도 더 팔았어야 했을 상황이 된 것이다.
정확히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돈을 싸들고 있어도 물건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상황에 언제 떨어질지 모를 별을 기다리느니 지금 있는 GPU물량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는게 모든 면에서 나은 선택이란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여태 말한 입장은 대기업이나 자금 빵빵한 연구소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얘긴데 그보다 영세한 곳들의 입장은 더더욱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는 일인게 자금문제로 대규모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기본 장비도 구축도 못하고 있었는데 기존에 써오던 구닥다리 하드웨어로도 어찌어찌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건 거대기업이나 대형 연구소에선 새로운 도전적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자본이 빵빵한 곳, 뛰어난 하드웨어를 갖춘 곳이 훨씬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어지간한 자본 아니면 뛰어들수도 없던 판에 이제 개나소나 다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잠재적 라이벌의 확대는 위기의식을 느껴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10.
여튼 이러저러한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아직도 CUDA라는 독보적인 기술 덕에 엔비디아는 계속 잘 나갈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이 뜨고 난 이후로 이렇게까지 멈칫하고 휘청일 정도의 충격은 받아보지 못했기에 정신 못차리는 사이 다른 하드웨어의 도약이나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엔비디아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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