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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Drama

오징어 게임 시즌3 - 거품꺼진 결말

1.
시즌2는 그나마 징검다리(?)니까, 넷플릭스 압력으로 시즌을 나눴으니까 등등의 핑계라도 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넷플릭스가 누명을 뒤집어 쓰면서 시즌2 올려치기를 성공시킨거란 생각이 든다.

2.
이 정도의 개연성과 스토리 흐름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는 시대이니만큼, 나름 그 시대 흐름에 맞춰 평가를 해보자면...
시즌3의 기훈은 시작부터 사실상 정신적, 정서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상태로 봐야한다.
한마디로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전까지 기훈이 무슨 말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행동을 해왔건 이제 그러한 판단을 하던 기훈은 없다는 얘기다.
완전 다른 캐릭터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이 스토리의 흐름도 이해가 될 수 있다.

3.
자신의 어설픈 선동으로 친구가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 죄책감과 분노에 휩싸였지만 자책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너진 상황에 이에 대한 도피 혹은 온전한 분노 표출을 위해 선택된 것이 대호였던 거다.
그래서 아무런 죄책감이나 망설임 없이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제거를 실행하는데...
2의 상황을 가정하고 스토리를 진행시킨거라고 하면 실제로 극의 흐름을 이해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근본적이며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다.
애초에 그러면 얘는 그렇게 기를 쓰고 오징어게임 다시 참가한 이유가 사라진다.
캐릭터의 소멸이자 극의 시작점을 소멸시킨 것이다.

4.
전체적으로 굉장히 난잡하고 정리가 안되어 있다.
부조리극도 아니고 스토리와 아무 상관없는 캐릭터들도 여럿이다.
회차를 늘리기 위해 급조한건지 아니면 편집하다가 보니 이러저러한 사정에 의해 연결고리가 끊어진건지 알 길은 없지만 어쨌거나 최종편집본을 보면서 이걸 잘 정리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감독의 일이다.
그걸 못했다는 건 결국 역량의 부족이라는 증거를 남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5.
내용이나 연출이나 극 내부의 것 말고 오히려 외부의 것들은 굉장한 업적을 남긴 작품이긴 하다.
K드라마 돌풍의 핵심이 되며 이후의 수많은 K드라마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어모으게 한 작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외적인 업적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적인 것을 다시 돌이켜보면 사실 그동안 엄청난 과대평가 속에서 올려치기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즌 더 이어가지 않고 여기서 끝낸 게 시즌3에서 보인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