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활절 기념, 문득 생각난 에피소드 한 토막.
2.
4호선 끝자락에서 집에 돌아가려던 내 앞에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께서 열심히 노방전도를 하고 계셨다.
3.
근데 자세히 보니 여호와의 증인ㅋ
왜 여호와의 증인이나 전도하는 사람들은 나만보면 전도하고 싶어서 난리를 칠까?
본인은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방황기를 빡씨게 통과하고 나름 개인의 선택에 의해 다시 하나님을 믿기로 한 사람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경에 '사랑'이란 단어가 oo번 나오고 '구원'이 xx번 나와 블라블라블라..."
난 저 얼토당토 않는 대사에서 그냥 무덤덤하게 넘겼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허파의 반응은 이성보다 빨랐다.
나 : 풉!
할 : ...!! (내 옆의 빈자리에 아예 앉으시며)하나님 믿어, 하나님 믿어야 천국 가.
나 : 네, 알아요 모태신앙입니다 ㅇㅇ
할 : 아니야, 성경을 제대로 배워야 해, 그러니까 구약에만 '사랑'이 xx번 나오고...
나 : 그게 어느 성경에서 센거에요?
할 : ...응?
나 : 한글 성경에서 센거에요?
할 : ...신약에선 '사랑'이 oo번 나오고...
나 : 그러니까 그게 무슨 성경이냐구요?
할 : 성경이 성경이지.
나 : 그게 원어성경에서 센거에요? 원어성경 보셨어요?
할 : 아,암 봐...봤지. 우린 영어성경도 보지..
나 : 성경원어가 영어였어요?
할 : ...
나 : ...
할 : 그러니까 무슨 소리여?
나 : 헬라어랑 히브리어로 쓰이지 않았나요?
할 : ...
나 : ...
할 : 그러니까 구약에 '사랑'이...
나 : 저 구약 히브리어로 봤어요. 그거 한글 성경에 '사랑'으로 번역된 단어가 몇 갠진 아세요?
할 : ...
나 : ...
할 : (일어나시며)...교만하면 못써(Fade out)
나 : Aㅏ!!
4.
사람은 교만하면 안된다.
참 좋은 가르침을 주시고 할머니는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