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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 ~향 거리지 좀 마라 븅신같은 기자놈아
    Etc. 2014. 5. 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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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당히 오래 전 일이다.
    일본산 '정통' 오타쿠의 개념은 존재했으나 요즘 '오덕'의 개념은 없던 시절.
    일제 시대 때부터 내려온 잘못된 일어 표현은 있었으나 2차 일어 오염은 없었던 시절이 막 끝나가는 때였다.

    2.
    이래저래 좀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모솔에 '오덕'이었다.
    그리고 일본 성인물을 즐겨보며 그걸 마치 시대의 유행에 빠른,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그런 부류였다.

    3.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윈도우 CD를 빌렸나 샀나, 뭐 그런 이유로 보기로 했다.
    적당히 인사하고 적당히 얘기하다 CD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근데 그때 황급히 그 녀석이 날 부르며 뛰어오는 것이었다.
    CD를 잘못줬다는며 다른 CD를 들이 밀었다.

    4.
    "야 그거 딴 거고 이거야 이거..."
    "이건 뭔데?"
    "...어 그거... 좋은 거..."
    "ㅋㅋㅋ 야 좋은 거면 나도 좀 보자."
    "안돼 방금 구한거라 나도 못본 거야. 그리고 넌 아마 안 좋아할 거야."
    "뭔데? 나 웬만하면 다 좋아해...*-_-*"
    "인처물이야, 인처"
    "응?"
    "아, 그렇게 말하면 모르나? 암튼 그런게 있어."
    순간 이 놈이 뭔 헛소릴하나 싶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머리 속을 지나간 한자가 있었다.
    '人妻'
    '...설마' 싶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어떤 장르(?)냐고 설명을 요구했었다.
    뭐라 설명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은 아니었고, 설명해 달라고 하자 마치 무슨 굉장한 것을 아는 사람마냥 우쭐해하며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5.
    人妻[hitozuma] : 유부녀
    이걸 이상하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본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 + 야동만 줄창 봐온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6.
    그 녀석의 설명은 단순히 '유부녀'에 관한 장르가 아니라, 자신이 여태 봐왔던 '인처'라 분류되는 장르의 작품들에 대한 총평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명확한 설명이 아닌 중구난방 식으로, 이런저런 그런요런 뭐 이딴 식의 개인평이었다.
    결국 듣다듣다 내가 말을 꺼냈다.

    7.
    "야 그거 한자로 人妻인거 맞냐?"
    "어... 어..."
    "그럼 그거 그냥 유부녀야. 뭘 그렇게 복잡하게 설명해."
    "아니야! 이건 '인처'라고 야동 장르야!!"
    "아니, 그러니까 그게 뜻이 그냥 유부녀라고... 일상생활에서도 쓰이는 그 유부녀."
    "아니라니까!! 니가 몰라서 그러는거지!!"
    "..."

    8.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나나 그 녀석이나, 꽤나 어색한 상태로 서로 받을 CD받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9.
    언어란 사전적 의미 이외에 사회적 의미가 더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 의미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심한 경우 사전적 의미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게 같은 한국어일 경우에는 그래도 그러려니 하나.
    문제는 외국어가 아무런 검증없이 그대로 흘러들어와서 마치 '새로운' 의미를 지닌 것마냥 쓰이는 것이 문제다.

    10.
    영어의 경우는 내가 영어고자다보니 잘 모른다.
    하지만 일본어의 경우는 남들보다 몇 배 더 빡친다.

    11.
    인터넷 기사에서 "~향"이란 표현을 쓴 쓰레기글을 봤다.
    사실 이걸 처음 들은 건 일본 동인게임을 즐겨하던 (구)여친한테서였다.
    그때만해도 香(향기 향)인줄 알았다.
    그래서 '뭔 게임에 향이여 향은...' 했었는데 나중에 '向(향하다 향)'이란 걸 알고 정말 기가 찼다.

    12.
    ~向け[muke] : ~용

    13.
    다들 좋아하는 네이버 사전 링크 걸어놨다.
    기사에서 본 ~향은 일본향~ 유럽향~ 이라는 표현을 쓴 모바일 관련 기사였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그냥 사람들이 잘못쓰는건 그럴수도 있다고 하자.
    기자라는 새끼가 저딴 식으로 병신같은 표현을 쓰는건 진짜 기본 자질미달이란 걸 스스로 증명하는 거다.
    더 웃긴 건 저런 병신같은 표현 쓰는 인간들이 저게 '~용'이랑 다른 쓰임이 있다고 벅벅 우길 때다.
    심지어는 'IT업계 전문용어입니다' 드립까지 튀어나온다.
    IT업계 전체를 븅신으로 만드는 발언인데 지가 무슨 IT업계 대표라도 되는 줄 착각하나 보다.

    14.
    왜 저런 식으로 인정할 걸 인정하지 못하고 벅벅 우기는 지는 알겠다.
    다만 그 아집과 병신같은 편협함이 날 너무 짜증나게 한다는 거다.

    15.
    아예 한국어라면 보는 순간 사전적 의미는 알 것이고 사전적 의미가 딱히 없는 경우엔 그냥 느낌상으로 현재 어떤 쓰임으로 쓰이는지 알면 된다.
    이것도 괜찮은 예가 하나 있다.
    '즐'
    모뎀 통신시절에 채팅방에서 나갈 때 '즐넷~' 혹은 '즐챗~'을 줄여서 그냥 '즐'하고들 나갔다.
    그게 결국엔 초딩욕이 됐다.
    이런 경우엔 원뜻 자체가 모호해도 상황상 다들 알고 넘어갈 수 있다.
    그나마 이건 어원(?)이 한국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게 밑도 끝도 없는 개인의 느낌이 반영된 '외국어'일 경우엔 한 번 오염되면 되돌리기 매우 힘들다.

    16.
    뭔 꿈을 꿨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오늘 아침에 깨자마자 이 생각이 나면서 빡쳐서 글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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